-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와 대등한 15% 감량
-주사 부담 없고 용량 조절 용이, "복약 편의성 판도 바꿀 것"
-일라이 릴리·일동제약 등 국내외 제약 경구제 개발 속도전
[팜뉴스=김민건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 기반 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하루 한 알 먹는 경구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배나 허벅지에 주사바늘을 찌르는 번거로움 없이, 하루 한 알 먹는 것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고용량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50mg을 68주간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 15.1%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OASIS 1(3상) 결과를 공개했다. 주사제 위고비(2.4mg 제형) 감량 수치인 14.9%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구제는 주사제 대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을 달리하게 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감량 효과는 주사제 대비 큰 차이가 없지만 편의성과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석권한 GLP-1 기반 주사제 시대가 빨리 저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매주 스스로 바늘을 찌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냉장 보관 등 관리의 번거로움도 상당하다"며 "경구제는 효과가 부족하면 1알 먹던 것을 2알로 늘리는 등 용량 조절의 유연함이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경구제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것은 현재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형의 번거로움을 매일 한 알 복용하는 방식으로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주사제는 아무리 얇은 바늘이라도 직접 찌르는 행위는 적지 않은 심리적 거부감 또는 부담감을 준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직장인인 경우 주사 투여 후 효과를 보기 위해선 특정한 시간에 맞아야 하므로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주사제는 반드시 냉장 보관이 필요해 공간적 제약도 따른다.
▷대등한 효과에 바늘까지 없다...경구제 주도권 경쟁 치열
경구용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외 제약사 경쟁이 치열하다. 일라이 릴리는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 형태의 경구용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 3상을 진행 중이다. 릴리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오르포글리프론 2상에서 36주 만에 14.7%의 감량 효과를 보였다.
저분자 기반 경구 GLP-1 작용제는 펩타이드 약물 대비 위장관 안정성이 높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비만 치료 전략으로 평가된다. 상용화 시 시장 판도를 바꿀 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대표적인 저분자 경구 GLP-1 후보물질로 개발되고 있다면 국내 제약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동일 계열 경쟁은 물론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일동제약은 릴리의 저분자 화합물과 같은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임상 1상 톱라인 결과 의미 있는 체중 감소 가능성을 확인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주 반복 투여(MAD) 시험에서 200mg 투여군은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위약 보정 기준으로 최대 약 6% 후반 수준의 감량 효과다.
약물 노출이 18시간 이상 유지되고 식이 조건 영향을 받지 않는 약동학 특성도 확인했다. 다만 1상에서 체중 감소 결과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관찰한 데이터인 만큼 장기 투여 효과와 안전성은 향후 임상 2상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 등도 독자적인 제형 기술을 바탕으로 흡수율을 높인 경구제를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주사제(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 노하우를 접목한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단순 체중 감량뿐 아니라 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는 차세대 경구용 비만약 후보 물질이 대표적이다. 경구용 비만 치료 후보물질 HM101460은 초기 개발 단계이며,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인 HM15275는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표적하는 삼중작용제로 후속 임상 단계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 경구화 플랫폼(낮은 체내 흡수율을 극복해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인 ORALINK를 통해 기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낮은 흡수율(1% 미만)을 10배 이상 높였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경구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DD02S와 경구 삼중작용제 DD03 등은 지난 2023년 미국 멧세라에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는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DW1022)를 통해 주사제와 경구제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임상에서 위고비와 동등한 혈중 약물 농도를 확보했다.
▷낮은 생체 이용률, 특허 절벽도 다가와
다만, 경구제가 주사제를 완벽히 대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펩타이드 계열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장에서 쉽게 분해된다. 이 때문에 비만 치료 영역에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개발은 오랫동안 난제였다.
경구용 위고비는 흡수 촉진제(SNAC)를 사용했음에도 생체 이용률이 1% 미만이다. 주사제형은 70~80%에 달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최근 위장관 안정성이 높은 저분자 화합물 형태 GLP-1 작용제 개발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또 다른 변곡점은 특허 만료다. 전 세계 비만약 열풍을 일으킨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리벨서스 성분) 물질특허가 오는 2026년부터 주요국에서 만료된다. 경구제 출시와 맞물려 치료제 비용이 최대 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격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당장 올해부터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 특허 만료료 제네릭 경쟁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오는 3월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를 앞두고 현지 제약사들이 수십 개의 복제약(제네릭) 임상을 마치며 '저가 공세'를 예고했다. 인도에서도 선 파마(Sun Pharma) 등 제네릭 제약사들이 경구용 비만약 제네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에선 노보 노디스크의 특허 연장 전략(에버그리닝)으로 2028년 6월까지 독점이 유지될 예정이며, 후속 등록한 SNAC(흡수촉진제) 관련 제형 특허 등이 있어 그 이후까지도 방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에선 오는 2031~2032년까지 특허가 보호되지만 올해부터 신흥국 시장에서 먼저 제네릭 경쟁이 촉발된다.
경구용 치료제 개발과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지형도는 완전히 재편될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허의 핵심은 물질특허인데 보호기간은 최장 20년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경구 비만 치료제가 출시되고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이 줄줄이 출시돼 약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팜뉴스(https://www.phar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