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예방약품 후보군에
대상포진 백신과 비아그라 이름 올려
실제 효과여부 확인할 임상실험 추진

19일 사이언스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엑서터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연구팀은 이미 승인돼 사용 중인 약물 가운데 치매 치료에 재활용할 수 있는 후보를 선별한 결과, 이들 세 가지 약물을 우선 연구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Society)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and Therap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신약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대신 기존에 안전성과 사용 경험이 축적된 약물을 재검토하는 ‘약물 재창출’ 전략에 주목했다. 신약 개발에는 통상 10~15년이 소요되고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반면 기존 약물은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돼 있어 비교적 신속하게 임상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 치매 전문가 21명을 포함해 제약·의료계 관계자와 치매 환자 가족 등이 참여한 패널은 총 80개의 기존 약물을 검토했다. 여러 차례 평가를 거쳐 세 가지 약물을 우선 연구 후보로 선정했다. 선정 기준에는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생물학적 기전을 표적으로 한다는 점, 세포·동물 실험에서 긍정적 신호가 확인됐다는 점, 고령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점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후보는 머크(MSD)의 ‘대상포진 백신(조스타박스)’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백신이 면역체계에 작용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염증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기존 관찰 연구에서는 해당 백신 접종자가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약 16% 낮았다는 분석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로 알려진 실데나필은 신경세포 보호 및 타우 단백질 축적 감소와 관련된 가능성이 제시됐다. 동물실험에서는 뇌혈류 개선을 통해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결과도 관찰됐다.
사노피의 루게릭병 치료제 ‘릴루졸’은 신경 흥분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으며 동물 모델에서 인지 기능 개선과 타우 단백질 감소 효과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신경 보호 작용 측면에서 추가 연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들 약물이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임상적 이점을 제공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대상포진 백신을 중심으로 대규모 임상시험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 연구진은 “치매 치료법 개발을 위해 신약 개발과 함께 기존 약물의 재활용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