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에 여행을 갔다가 기생충에 감염돼 왼쪽 발에 붉은 발진이 생긴 미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장로병원 보고에 따르면 34세 여성 A씨는 한 달 전 바베이도스에 여행을 갔다 온 뒤부터 왼쪽 발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씨의 왼쪽 발 피부색은 점점 붉은색으로 변했고 특징적인 형태의 발진이 생겼다.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증상이 낫지 않자, A씨는 병원을 방문했다.
진찰 당시 A씨는 의료진에게 “여행 중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걷다가 왼쪽 발에 무언가가 날카롭게 피부를 침투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집의 모양과 여행 이력을 바탕으로 의료진은 기생충의 일종인 십이지장충 감염을 확인했고, ‘피부유충이행증’을 진단했다.
의료진은 구충제인 이버멕틴을 처방했다. 2주 후 감염내과를 방문한 A씨의 피부는 거의 나은 모습이었다. 의료진은 보고를 통해 “환자를 진찰할 때 과거 방문한 장소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사례”라며 “기생충이 많은 지역에 방문할 때는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A씨가 진단받은 피부유충이행증은 기생충이나 곤충의 유충이 피부에 침입해 피부 밑에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흙이나 모래 속 기생충이 피부에 침입해 발생한다. 동물 배설물이 버려진 흙·모래 위를 맨발로 걷거나 앉다보면 토양 속 십이지장충과 같은 기생충이 모낭, 땀구멍 등을 통해 피부로 들어올 수 있다.
피부유충이행증에 걸리면 발진이나 가려움증 등이 나타난다. 특히 기생충이 알을 낳는 야간에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기생충은 뱀처럼 꾸불꾸불 움직이기 때문에 피부에 흔적이 보일 때가 많다. 유충이 피부 안에서 성장하면 혈관을 통해 폐로 이동해 침투한 후 인두까지 올라갈 위험도 있다.
피부유충이행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지만, 가려움증이 심하거나 피부 병변이 심각할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구충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피부유충이행증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습하고 따뜻한 토양에서 잘 자라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자주 발견된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피부에 흙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열대 지역을 방문했을 때 야생 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7/25/20250725021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