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1998년 3월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비아그라’의 판매를 공식 승인했다. 이는 단순히 신약의 등장을 넘어, 그동안 말 못 할 고민으로 치부되던 성기능 장애를 양지의 의학 영역으로 끌어올린 일대 사건이었다.
사실 발기부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 중 하나였다.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 후 7년 동안이나 아이가 없었던 이유도 왕의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발기부전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남성의 발기의 핵심은 ‘혈류량’에 있다. 젊을 때는 혈관이 깨끗하고 탄탄해서 피가 잘 돌지만, 나이가 들면 혈관 건강이 나빠지면서 흐름이 줄어든다. 노화와 함께 기질성 발기부전이 늘어나는 이유다.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는 바로 이 혈관을 확장해 피가 잘 돌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비아그라는 활력(Vigor)과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의 합성어. 폭포처럼 쏟아지는 힘을 상징한다.
출시 당시 비아그라의 인기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1초당 6명이 복용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비아그라가 처음부터 발기부전 치료제로 세상에 나온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래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중이었는데, 임상시험 과정에서 뜻밖의 ‘부작용’으로 발기 효과가 발견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비아그라는 다양한 종류의 질병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고, 혈관 확장 기능 덕분에 산악인들의 고산병 완화나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수박에 든 ‘시트룰린’ 성분이 체내에서 비아그라와 유사한 혈관 확장 효과를 낸다고 해서 ‘천연 비아그라’로 불리기도 한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정량 복용이 뒷받침될 때에만 비아그라는 비로소 진정한 ‘밤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